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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숨진 이태원 참사 생존자…“악성 댓글에 무너졌다” 부모의 눈물
이태원참사 희생자 유가족들이 14일 오후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광장에 마련된 시민분향소에서 희생자를 추모하고 있다. 이 분향소는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유가족들과 10·29 이태원참사 시민대책회의 관계자들이 이날 오전부터 설치했다. [연합]

[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이태원 참사 생존자인 고등학생이 끝내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소년은 참사에 대한 트라우마에 더해 악성 댓글로 고통을 받아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태원 참사에서 살아남았던 고교생 A군은 지난 12일 서울 마포구의 한 숙박업소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A군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했다.

A군의 어머니는 14일 MBC뉴스 인터뷰를 통해 그가 악성 댓글에 상처를 받았다고 했다.

그는 "(아이가) 11월 중순 정도에 울면서 얘기를 한 적이 있었다. '연예인 보려고 놀러 가서 그렇게 다치고 죽은 거 아니냐' 같은, 자기 죽은 친구들을 모욕하는 듯한 댓글들을 보면서 굉장히 화를 많이 내더라"고 말했다.

A군은 10월 29일 참사 당일 현장에서 가장 친한 친구 두 명을 잃었다. 의식을 잃기 직전 가까스로 구조된 A군은 입원 치료가 필요한 부상에도 '친구들 장례식에 가야 한다'며 이틀 만에 퇴원했다.

참사 일주일 만에 등교한 A군은 병원에서 정기적으로 심리상담을 받았지만, 온라인 상의 악성 댓글에 고통스러워 했다고 한다. 휴대전화에는 '곧 친구들을 보러 가겠다'는 메모와 날짜가 적혀있었고, 그가 남긴 마지막 동영상에도 '엄마 아빠에게 미안하다, 나를 잊지 말고 꼭 기억해 달라'는 말이 담겨 있었다.

A군 어머니는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은 그 두 친구가 전부였던 것 같다. 그런 친구가 없어졌으니 속마음을 이야기할 수 없는 것에 대한 답답함, 하소연을 여러 번 했다"며 "심리상담이나 이런 게 깊게 이뤄졌다면 알 수도 있지 않았을까 싶은데…"라고 안타까워 했다.

이어 "비행을 하려고 거기 간 게 아니다"라며 "(아들이) 자기만 산 게 미안하다는 마음이 크더라. 댓글 보고 그냥 거기서 무너졌던 것 같다"고 토로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better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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